南韓 삼촌과 탈북 청소년들의 가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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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韓 삼촌과 탈북 청소년들의 가족 만들기
줌인 북한이탈청소년 돌보는 삼촌, 새터민청소년 그룹홈 ‘가족’의 김태훈 대표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12.0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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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녀온 안동 여행에서 즐거워하고 있는 탈북 청소년들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이 3만명을 넘어서면서 이들의 한국 사회 내 적응에 관심과 지원이 절실해지고 있는 이때에 탈북 청소년들과 함께 지내며 든든한 가족의 역할을 하고 있는 김태훈(44) 대표를 만나보았다.

부모 없이 혼자 탈북한 청소년들과 동거동락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11명의 탈북 청소년들이 모여 사는 그룹홈 ‘가족’. 여기에는 이들을 사랑으로 보듬어주는 일명 ‘총각엄마’ 김태훈 씨가 있다. 그룹홈은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가정과 같은 주거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소규모 보호시설이다. 
지난주 기자는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서 새터민청소년 그룹홈 ‘가족’ 김태훈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15년 전 하나원 봉사활동을 통해 북한이탈 청소년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는 “당시에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전혀 무지했다. 봉사활동을 하며 북에서 온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때 만난 한 소년이 혼자 있는 모습을 보고 차마 그냥 둘 수 없어서 같이 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그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룹홈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같이 지내고 있는 대부분의 청소년은 부모 없이 혼자서 탈북했거나 가족이 있더라도 함께 살기 힘든 환경이어서 보호가 필요하다. 김 대표는 서로 의지하며 살다보니 이제는 그룹홈의 이름처럼 가족이 되었다고 전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2014년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가족’을 통해 알려졌고 지난 5월에는 영국 BBC에 소개되기도 했다. 

(좌)김태훈 대표 | (우) 강원도 철원에 카페를 열어 탈북 청소년의 자립을 돕고 있다

즐거운 추억을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 진행

김태훈 대표를 포함해 남자들만 12명이 모여 사는 집의 분위기는 과연 어떨까. 그는 “하루가 정말 바쁘다. 남자아이들이다 보니 많이 먹기 때문에 2시간 장보기는 기본이고 양도 어마어마하다. 치우고 닦아도 돌아서면 그대로이고 안 하고 싶어도 잔소리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특히 그는 그룹홈을 운영하면서 이사만 7번 다닐 정도로 집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했다. “식구들이 많아 집이 망가질 것 같다고 생각하는 집주인이 더러 있다. 지금 사는 집도 기간이 얼마 안 남아서 이사 갈 집을 찾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어려움도 있지만 김 대표는 미술전시회나 뮤지컬, 여행, 유튜브 운영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아이들과 함께 재밌는 일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는 “최근에는 안동에 다녀왔다. 여행을 가는 것은 놀이나 휴식보다는 대한민국을 잘 모르는 아이들이 피부로 직접 느끼고 체험하며 한국에 대해 알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활동을 위해 공공기관이나 기업 사회공헌활동 프로그램에 공모해 비용을 지원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생활비나 교육비 등도 개인이나 기업의 후원으로 빠듯이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다. 
한편 그룹홈 ‘가족’에 속한 아이들은 탈북 청소년이 다니는 대안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다. 김 대표는 대안학교가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추억을 공유한 친구가 자라서도 관계가 계속 유지되면 한국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데 큰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진/ 총각엄마TV 유튜브 캡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 개선에 매진

지금은 성인이 되어 이곳을 떠난 아이도 9명에 이른다. “다들 자립을 위해 나가 있지만 자주 연락하고 명절 때 집으로 종종 찾아오기도 한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김 대표는 2년 전에 북한과 가까운 접경지역인 철원에 카페를 열었다. 자립을 위해 나간 이들 중 2명의 청년은 이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단순히 장사만이 아닌 탈북 청소년의 자립 및 지역 주민들과 함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개선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그는 “최근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TV조선 ‘모란봉클럽’ 등의 방송매체로 인해 탈북민과의 간극이 좁혀진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탈북민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 예전에 우리 집 아이는 학교 친구에게 간첩으로 신고를 당한 적이 있었고, 요즘도 가끔 아이들이 탈북민을 바라보는 좋지 않은 시선으로 속상한 일을 겪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에 그는 그룹홈 운영에 그치지 않고 북한이탈주민 인식개선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으로 “사람과 사람은 만나야 오해가 풀리고 편견도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탈주민을 만났을 때 이미 갖고 있는 편견이나 생각으로 바라보지 않고 마음을 열고 따뜻하게 대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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