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맞는 방식으로 칼을 갈아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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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에게 맞는 방식으로 칼을 갈아드려요”
포커스 4대째 칼을 갈아온 젊은 장인(匠人)을 만나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11.1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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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대장간 ‘한칼’의 전종렬 대표

고되고 힘든 3D 직업으로 인식돼 점차 사라질 위기에 놓인 칼 연마. 이런 가운데 칼 연마 기술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젊은 장인 전종렬 대표를 소개한다.

고객 맞춤형 연마 서비스 제공해 인기

노량진 수산시장 3층 주차장 한복판에 자리한 ‘한밭대장간 한칼’. 4대째 대장간을 이어오고 있는 이곳은 저명한 셰프나 요리사들이 칼 연마를 의뢰하기 위해 자주 찾는 장소다. 지난주 기자는 ‘한칼’에서 전종렬(33) 대표를 만나 그의 인기 비결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간문화재에 오른 아버지 전만배(63) 장인을 이어 지난 2012년부터 ‘한칼’을 운영하기 시작한 전 대표는 처음부터 대장장이가 꿈이었던 것은 아니다. 군 제대 이후 후계자 문제로 걱정하는 아버지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칼 연마를 시작했는데 의외로 적성에 맞았다고 한다. 그 후부터 칼 연마를 지속해오며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한칼’은 처음으로 받는 칼에 대해서는 시세보다 4배 정도 비싼 비용을 받고, 그 후부터 저렴한 비용을 받는다. 최고의 연마 기술에 걸맞은 가격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에서다. 다소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단골 고객이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 칼의 용도, 손의 크기 등 고객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 연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고객의 발길이 이어질 만큼 한칼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는 전 대표는 “향후 칼 연마의 원조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가게를 찾은 요리사 이규용(가명, 35) 씨는 “몇 년 전에 선배의 권유로 처음 방문했는데 칼이 정말 잘 연마되어서 지금까지 믿고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칼을 연마하고 있는 전종렬 대표의 모습(좌) ‘한밭대장간’에서 만든 칼들(우)

칼 연마, 기술과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

누군가는 칼 연마가 반복적인 단순 작업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망가진 칼날을 살리는 일은 오랜 세월을 거쳐 쌓인 기술과 고도의 집중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고 전 대표는 말한다. 이른 아침부터 오후 5시 마감까지 전 대표는 점심 식사와 화장실에 잠시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쉴 틈 없이 일에 몰두한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최근에도 하루 평균 150~200 자루의 칼을 수선ㆍ연마할 정도로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
일이 고되다는 인식 때문에 그동안 칼 연마는 젊은층의 외면을 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 취업시장의 불확실성이 심각해진 요즘, 전 대표는 칼 연마 기술 습득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술자의 수에 비해 수요가 크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5년만 기술을 습득한다면 안정적으로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칼 연마 기술을 다음 세대에게 전수하는 계획에 대해 묻자 전 대표는 “꼭 자녀에게 전수할 욕심은 없지만, 칼 연마 기술의 명맥을 이어가도록 앞으로 후계자 양성에 힘쓸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지성 기자 jslee@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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