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값으로 이웃에게 희망을 주는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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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값으로 이웃에게 희망을 주는 소방관
특집 [소방의 날 특집] 인천 소방관들의 나눔에서 시작된 ‘119원의 기적’ 기부 프로젝트 각계에 확산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11.0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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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KB국민은행 경인지역 임직원이 ‘119원의 기적’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11월 9일 소방의 날을 맞아 소방관들이 매달 성금을 모아 각종 재난사고로 피해를 입은 이웃들을 지원해 주고 있는 인천소방본부를 찾아가 보았다.

사고·재난 피해자 돕기 위해 하루 119원 기부 제안 

#횟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삶의 터전을 전부 잃어 막막한 식당 주인,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혼자 살아남은 어린아이, 공사장에서 추락해 생명이 위급한데도 자녀들을 걱정하는 아버지…
여러 재난 현장을 다니며 구조 활동을 하는 소방관들은 이러한 안타까운 사연의 시민을 보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어려운 이웃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방법은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 인천소방본부의 ‘119원의 기적’ 프로젝트이다. 
인천소방본부 소방행정과 서영재(39) 소방위가 주위 동료들이 들려준 사연을 모아 ‘16년 차 소방관이 눈물 흘리는 이유’란 제목의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면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는 “사고 현장에서 만난 피해자를 도울 방안을 고민하다가 동료들과 논의 끝에 하루에 119원을 모아 한 달에 3570원, 커피 한 잔 정도의 금액을 기부하자는 제안을 하게 되었다. 소방 상징인 숫자 ‘119’를 딴 119원은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같이 하면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전했다. 작년 8월에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소방관들의 자발적 참여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2900여명의 소방관과 일반 시민 1100여명 등 총 3900여명이 참여했고, 누적 모금액이 1억 4천 700만원을 넘어섰다.
 

(좌)인천소방본부 서영재 소방위 | (우)기부 모금함을 들고 있는 인천소방본부 소방관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 추천으로 지원 대상자 선정

모은 성금은 인천 소방대원들이 화재나 사고 현장에서 만난 피해자 중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을 추천하여 심의위원회를 거쳐 지원한다. 성금이 처음 전달된 곳은 강화도의 한 콩나물 공장이었다. 2019년 10월 발생한 콩나물 공장 화재로 그곳에서 근무하던 50여명의 발달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자 이들을 위해 화재피해복구비로 1000만원의 성금을 지원했다. 서영재 소방위는 “119원의 기적 캠페인을 시작하고 도움을 준 첫 번째 수혜자라 기억에 남는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잘 될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처음으로 기적을 보여준 사례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외에도 코로나19로 실직이 된 상태에서 뇌출혈로 구급 이송된 30대 여성, 일용직으로 근무하며 두 아들을 키우다 아파트 화재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한부모 가정 등에 화재피해복구비와 의료비, 긴급생계비를 지원했다. 이렇게 지금까지 18건의 수혜자를 선정해 6천만원이 넘는 금액이 지원됐다. 하지만 어려운 이웃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주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수혜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서 소방위는 “지난 9월 14일 인천 용현동의 한 빌라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화재가 발생해 중태에 빠졌던 초등학생 형제가 있었다. 상태가 심각한 만큼 심의위원회를 열어 빠른 지원을 결정했는데 결국 동생이 사망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을 보면 너무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기본 취지에 공감, 각계각층의 릴레이 동참 이어져 

119원의 기적 사업 초반에는 소방공무원 위주로 모금을 했지만 현재는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업무협약을 체결, 모금 대상을 일반 시민으로 확대 추진해 누구나 동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소방관에 대한 신뢰와 더불어 기부 모금에 대한 좋은 취지가 알려지면서 일반 시민부터 기업과 단체 등 각계각층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 연수구의 한 커피전문점에서는 119원의 기적 커피를 출시해 수익이 발생할 때마다 119원씩 적립해 기부한다. 
서 소방위는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굳이 왜 그런 일을 하냐며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동료가 격려와 응원을 해주고 특히 수혜자분들이 감사의 표현을 해주실 때 보람을 느낀다”며 “작은 도움이지만 어려운 이웃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힘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인천소방본부는 앞으로 기부금 지원 대상자도 더 확대해 화상환자 정기후원과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상담 지원 등에도 나설 예정이다. 
수많은 사고 현장과 화재 장소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소방관들. 이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화재·재난 피해자들을 위한 따뜻한 마음을 모아 ‘119원의 기적’ 캠페인까지 이어가면서 국민들에게 진정한 위로와 희망을 주고 있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홈페이지(http://incheon.chest.or.kr) 통해 누구나 참여 가능 (문의:032-870-3023)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인천=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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