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년 전 가을, 신선대에 얽힌 신선한 역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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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년 전 가을, 신선대에 얽힌 신선한 역사 이야기
Goodnews BUSAN 831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09.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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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대 부두 전경 (출처: 부산광역시)

영국과 조선이 처음으로 만난 곳 ‘용당포’

부산 신선대는 아름다운 경치로 알려졌지만, 이곳이 품고 있는 사연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23년 전 가을, 부산 용당포(신선대부두)에서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다. 한국과 영국이 이곳에서 처음으로 조우한 것이다. 이야기는 정확히 1797년 10월 14일(정조 21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북태평양을 탐사하기 위해 항해를 하던 87톤급 영국 탐사선 프린스 윌리엄 헨리호가 연료로 쓰는 땔감과 식수가 바닥나 용당포까지 표류해 왔다. 
당시 용당포 주민들과 관원들은 나룻배를 나눠 타고 헨리호에 승선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 제대로 된 의사전달이 불가능한 와중에도 주민들은 영국 함선에 필요한 물과 땔감을 제공했고, 영국 선원들도 육지에 상륙해 주민들의 안내를 받아 부산의 해안 탐사와 측량을 실시해 그림으로 남겼다. 기록에는 헨리호의 브라우턴 함장이 주민들과 손짓 발짓으로 ‘물(Mool)’, ‘나무(Sonamo)’ 등 우리말 38개 단어를 이해하고 채집하는데 성공했다고 남아 있다. 브라우턴 함장은 여정을 떠나면서 자신들을 도와준 용당포 주민들에게 권총과 망원경을 선물했다고 한다. 

1952년 미군이 촬영한 용당포 마을로 추정된 촌락 (출처:남구청)

영국이 주고 간 답례품은 지금 어디에?

이 역사 이야기는 브라우턴 함장이 영국으로 돌아가 출간한 ‘북태평양 탐사 항해기(A voyage of discovery to the north Pacific Ocean)’ 중 ‘용당포에서의 모험’ 부분에서 상세히 다뤄져 있다. 이는 조선왕조실록(정조 21년 9월 6일, 정조실록 47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역사 저편의 한 페이지에 묻혀 있던 이 이야기는 1994년 용당에 위치한 한국쉘석유 대표 라일리 사장이 용당포를 묘사해놓은 영국의 지도를 소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부산 남구청은 2년 전부터 헨리호 브라우턴 함장이 용당포 주민에게 선물한 망원경과 권총 등의 유물 찾기에 나서기도 했다. 박재범(55) 남구청장은 “헨리호의 방문은 우리 역사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자 흥미로운 스토리이다. 브라우턴 함장이 주고 간 권총과 망원경을 찾게 된다면 양국의 친선뿐만 아니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복원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박소영 기자 busan@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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