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 퇴직 후 시니어 인턴으로 인생 2막 활짝 열어
상태바
유니세프 퇴직 후 시니어 인턴으로 인생 2막 활짝 열어
[인터뷰] 30년간의 사회경험과 재능을 열정 가득한 청년들과 공유하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09.18 1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니세프 재직 당시 얻은 노하우와 경험을 청년 창업가들과 공유하며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이강호 씨를 만났다. 그는 은퇴 후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직장에 다니면서 취미와 봉사활동을 병행하느라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한다.

기금 모금 담당하며 송금률 최고치 기록 

70대의 인턴과 30대의 여성 CEO가 세대차를 넘어 함께 호흡을 맞추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인턴(감독 낸시 마이어스, 2015년 개봉)’이 현실이 되었다. ‘인턴’ 속 로버트 드 니로처럼 풍부한 경험과 재능을 지닌 前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업국장 이강호(62) 씨는 은퇴 후 사회적 기업 ‘플레이시드스쿨’에서 시니어 인턴으로 활약하며 홍원희(31) 대표와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강호 씨는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설립되던 1994년, 그 해 5월에 공채 1기로 입사한 첫 한국인 중 한명이다. 기금 모금 마케팅을 담당했던 그는 국내기부자 발굴·관리부터 동전 모으기, 유니세프 상품개발·판매까지 계획했던 것은 다 해보았다고 한다. 그는 “유니세프에 입사했을 당시 기금이 25억원 정도였다. 기금 모금을 위해 안 해본 것이 없었다. 월드컵 때는 우리나라 축구선수들 비품을 받아 경매를 통해 2억원을 모았고 인천국제공항 내 인공연못에서는 매년 2억원 가량의 동전이 모였다. 지금은 연간 1200억원 가량이 모금되는데 80명의 한국위원회 근무자들의 인건비, 관리 운영비, 아동권리 옹호 및 PR 등을 제외하고 85%가 본부로 송금된다. 이에 전 세계 33개 선진국국가위원회 중 한국위원회가 가장 높은 송금률을 보이며 국내 구호단체 중에서도 모금률이 가장 높은 그룹에 속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내부 감사, 유니세프 본부 및 외부회계법인 감사를 통해 후원금 사용의 투명성을 검증받으며 지난해에는 총 1261억원을 모금해 그 중 1073억원을 개발도상국 어린이 지원금으로 송금했다. 

반기문 前 UN사무총장 방문기념(둘째줄 우측에서 두번째가 이강호 씨)

유니세프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된 대한민국

유니세프는 30여개 유엔 산하 기구 중 하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과 빈곤, 질병 등으로 고통받는 지구촌 190여개국 어린이들의 구호 활동을 위해 1946년 창립된 유니세프는 1950년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을 크게 도왔다. 당시 지원된 분유 6300만kg은 1000만명의 어린이가 1년 내내 하루 한잔씩 마실 수 있는 막대한 양이었고 30만장의 담요와 식량, 의류 등의 구호물자 규모는 유니세프 설립 이후 단일국가에 대한 지원으로는 최대 규모였다. 1970년 이후 우리나라 경제가 고도 성장기를 거치며 국내 어린이의 교육과 보건환경 및 의식수준 개선으로 한국 어린이를 돕던 ‘유니세프한국사무소’는 1993년에 철수하고 1994년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설립되어 개발도상국에 지원금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로써 한국은 유니세프 역사상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최초 국가이자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이강호 씨는 “유니세프 친선대사인 배우 안성기 씨는 1980년대부터 수많은 봉사활동을 펼치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故 박완서 작가와 故 앙드레김 디자이너뿐 아니라 최근에는 배우 김혜수 씨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김연아 선수는 유니세프 국제친선대사로서 그 영향력이 크다”며 명망 있고 평판 높은 문화예술인의 후원은 운영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사진/ KBS뉴스캡쳐 | 보드게임을 교육 중인 홍원희 대표(우)와 이강호 인턴(가운데)

30대 열정에 60대 노하우 더해져 시너지 효과   

2017년 유니세프 퇴직 후, 이강호 씨는 자신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을 선택했다. 그리하여 지난해 보드게임을 이용해 민주시민교육을 실시하는 사회적 기업에 시니어 인턴으로 입사했다. 홍원희 대표는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공동체 문제나 세대간 문제, 소통문제 그리고 통일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교육을 하고 있다. 보드게임을 활용해 성숙한 민주시민을 양성하여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표하에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창업했지만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했다. 이강호 인턴은 자문위원 역할을 톡톡히 해 주어 회사 활동 내역과 실적 및 결과물을 정리하고 배포하며 시스템을 구축해 주었다. 그가 마케팅을 담당한 후로는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연락을 받는 등 영업·홍보 업무량은 감소하고 매출은 1.5배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기뻐했다. 이강호 씨는 유니세프에서 습득한 경험과 재능을 젊은 직원들과 공유할 뿐 아니라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함으로써 정서적 안정감까지 선사해 주는 건강한 관계를 이뤄가고 있다. 
한편 이 씨는 플레이시드스쿨에서 일하는 월요일~수요일은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수영과 그림, 사진을 배우고 있다. 아울러 금요일엔 ‘서울로 7017’의 전속사진사로서 사진촬영 봉사활동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의 은퇴가 본격화되는 이때,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그들이 사회적 자본으로 적극 활용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짐으로써 은퇴자 한명 한명의 역량을 사회에 환원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송미아 기자 miasong@igoodnews.or.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