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 속의 판사들은 대부분 국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정의의 상징으로 묘사된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법과 양심에 따라 범죄자를 판결하는 모습이 우리 머릿속의 판사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판사들도 양형 때문에 고뇌하고 때로는 판결 결과에 상처를 받는다. 이런 판사들의 ‘애환’을 에세이로 담은 전직 판사 정재민 작가의 신간『혼밥 판사』(창비刊, 232p)가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저자는 법 조항과 판례 및 양형기준표로 피고인의 유무죄를 결정하고 양형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말한다. 특히 누군가를 감옥에 보내거나 이혼 시킨 날에는 이유 없이 마음에 상처를 입는데, 그런 상처를 해소하는 방법이 바로 혼자서 밥 먹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가 혼밥할 때 찾는 음식들의 모습, 맛 등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게 특징이다. 라면, 홍어, 갈비탕… 저자가 밥상 위의 음식을 보며 이와 관련된 피고인들을 떠올리고, 상상 속의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재판 당시에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것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저자는 음식을 레시피가 아닌 그 자체의 맛과 냄새로 느끼 듯, 사람과 인생도 그 자체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에세이『혼밥 판사』는 우리에게 판사들의 또 다른 내면의 세계를 보여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이지성 기자 jslee@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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