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조선업의 도시, 거제도에 가보니
상태바
침체된 조선업의 도시, 거제도에 가보니
기획 지역경제 시리즈 ① - 코로나19 및 유가하락 속에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조선업계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07.24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전경

경남 거제시가 조선업의 쇠퇴로 장기불황이 계속되며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에 유가폭락까지 겹치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조선업 다시 도약할 수 있을까

최근 국내 조선 3사가 카타르로부터 LNG선 100척, 약 23조 6천억원 규모의 수주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언론들은 이 소식을 앞다퉈 보도하며 이번 계약이 국내 조선업의 재도약으로 이어져 거제지역의 침체된 경기를 되살릴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에 기자는 지난주 거제시 2대 조선소인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관계자들을 만나 그 실태를 알아보았다. 
손영호(가명 45, 삼성중공업 책임연구원) 씨는 “금번 계약은 LNG 운반선을 건조하는 공간(슬롯)을 확보하는 계약으로 정식 발주가 아니다. 본 계약에서는 계약금과 물량규모, 발주일정에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카타르는 2004년에도 90척 이상의 LNG선 슬롯 약정을 체결했지만 발주량은 53척에 불과했다. 손영호 씨는 “본 계약후에도 입찰과 설계 과정을 거쳐 생산이 착수되는 2022년에야 인력이 투입된다. 이는 1년이 넘어야 그나마 경기가 살아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조선업 관계자들은 100척 발주물량도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건조되고 국내 조선 3사(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가 분배해 가져가는 구조인 만큼 수익성 측면에서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자료: 클릭슨리서치

숙련공, 신입사원과 임금 차 없어 외부유출 심각

한국 조선사들은 현재 저조한 선박 수주로 난항을 겪으며 인력 감축과 협력사 축소, 대형 조선소 폐쇄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와 유가하락이 더해져 전 세계 선박 발주가 급감하며 조선업계에 역대급 한파가 불어 닥쳤다. 삼성협력업체 ‘명장기업’의 민인식(50)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집에 머물다보니 유류사용과 제조활동이 감소하며 에너지 사용량이 줄었다. 이에 석유를 퍼 올려도 이익이 안되니 발주를 취소하기도 한다. 미국 업체의 의뢰로 만든 고부가가치선 드릴십(원유 시추선) 6척도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유가하락은 수주절벽을 불러왔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의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조선업계에서 34년을 일했는데 현재 월급이 과거에 비해 4분의 1 수준이라는 민인식 씨는 “최저임금이 상승하면서 1년 된 신입사원이나 10년, 20년 된 숙련공의 임금이 비슷해 숙련공의 외부유출이 심각하다. 더욱이 잔업과 특근으로 임금이 높았던 조선소에서 주 5일, 52시간 근무를 하니 회식과 외식이 줄면서 숙박업·요식업 등 경기 전반에 침체를 불러오고 있다”며 “편의점·PC방 알바생과 최저임금이 같으니 누가 이 궂은일을 하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경기침체 타개 위해 관광 등 대체산업 발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간 조선업 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은 고부가가치 선종을 중심으로 효율적이고 차별화된 선박 건조를 위해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26년째 조선업에 종사하는 방한영(46, 대우조선해양 정도관리원) 씨는 “국내 LNG 운반선을 건조할 때마다 한  척당 100억원의 로열티를 프랑스 GTT사에 주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솔리더스(SOLIDUS)라는 LNG화물창 설계기술을 보유하고 특허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핵 잠수함 설계가 조만간 마무리되면 이는 대우조선해양 순이익의 원동력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씨는 “삼성중공업은 163도의 액화 LNG를 기화시켜 선박의 메인 엔진이나 발전기 등에 공급하는 에스후가스(S-Fugas)와 선체 바닥에 공기를 분사, 해수와의 마찰 저항을 줄여 선박의 연비를 향상시키는 세이버 에어(SAVER Air) 등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친환경 선박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 거제에서만 최대 8000여명의 인력 감소가 예상된다고 한다. 방한영 씨는 “해양플랜트(바다 위에서 원유를 생산하는 구조물)의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단계인데 더 이상의 수주가 없어 수천명의 협력사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다. 이들의 실직위기에 대한 해법은 발주 재개뿐인데 유가하락과 코로나19로 인한 원유와 LNG 수요 감소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거제도는 전체인구 25만 4천명 중 70~80%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서 일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조선업의 쇠퇴로 경기침체가 심각해지자 관광자원으로 눈을 돌려 KTX 역사와 신공항 유치에 나서는 등 새로운 대체산업 발굴 마련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송미아 기자 miasong@igoodnews.or.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