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쉽지 않은 직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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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쉽지 않은 직업입니다”
연재 특수 직업의 현장-② - 범죄현장 및 자살현장 등 특수현장 청소부의 진솔한 이야기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07.1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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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웍스 김완 대표

과거 기피해왔던 청소관련 직업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일의 결과가 눈에 확실히 보이고 서비스에 대한 감사 등의 소중한 피드백이 있다는 것이 이 직업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인간의 존엄성 회복을 위한 특수현장청소업체 하드웍스 김완 대표를 만나보았다. 

특수 청소작업 현장의 어려움

우리가 살아가면서 흔히 접하는 뉴스 중 잊을만하면 한 번씩 등장하는 사건이 있다. ‘80대 노인의 쓸쓸한 고독사, 사망 00일만에 발견, 일용직 40대 남성 00일만에 발견’ 등의 뉴스를 접하면서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과 동시에 또 다른 마음이 드는 것은 사체가 부패한 현장이 상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현장을 청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특수 청소부이다. 기자는 지난달 특수 청소부 중에서도 더 특수(?)하게 느껴지는 하드웍스 김완(47) 대표를 만났다. 그가 더 특별했던 이유는 특수 청소를 하며 만난 죽음의 현장에서 드러난 인간의 삶과 존재에 대한 기록을 책(『죽은 자의 집 청소』김영사)으로 냈기 때문이다. 
하드웍스의 서비스는 주로 범죄현장, 고독사현장, 자살현장 등에서 이뤄진다. 범죄현장이나 고독사와 자살현장의 경우 경찰이 청소를 허가했는지 가장 먼저 확인한다. 그 후 마스크와 수술용 글러브, 신발 덮개와 같은 보호 장구로 무장을 하고 현장에 들어가 오염원을 제거, 쓰레기를 정리해서 버리고 장판과 벽지까지 뜯어낸 다음 소독을 마치면 작업은 끝난다. 김 대표는 “현장에 갈 때 빌라촌 같은 곳은 골목 어귀에서부터 냄새가 난다. 현장에 갔을 때 사체는 치워져 있지만 상피조직, 머리카락 등 인체 조직들이 남아있고 사망원인에 따라 심폐질환으로 사망한 경우 많은 혈액을 분출하기에 현관까지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흘러나와 있는데 그럴 땐 정말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결코 쉽지 않은 작업 현장을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 하드웍스 김완 대표 | 특수현장 중의 한 장소 ▶<br>
◀ 하드웍스 김완 대표 | 특수현장 중의 한 장소 ▶

현장 상황보다 ‘감정적 동요’가 더 오래 남아 

“문을 열고 비로소 첫 번째 스텝을 밟습니다. 습관적으로 되풀이하는 ‘초연하자’ 하는 각오가 무색하게 내 코는 이미 죽은 이가 남긴 냄새에 잠식되었고 심장 언저리에는 어둡고 축축한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김완 에세이 ‘죽은 자의 집 청소’ 프롤로그 중에서
현장에 진입했을 때 방독마스크가 무색하게 뚫고 들어오는 냄새로 작업 중에도 계속 코를 헹궈야 할 정도이며 환후(幻嗅)에 시달리기도 한다. 또한 청소 후의 트라우마를 글을 쓰거나 피아노를 치면서 해결하기도 하지만 그와 대화에서 느껴지는 놀라운 사실은 그가 만난 현장의 상황이 그를 고통스럽게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다름 아닌 ‘감정적 동요’이다. 김 대표는 “8년째 이 일을 하다 보니 이제 웬만한 상황에는 놀라지 않으나 감정적 동요가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이를테면 고인의 집을 정리하면서 서가에 내가 좋아했던 책이나 음악 CD 등이 발견되면 마음의 동요라는 감정의 버튼이 하나씩 눌러진다. 작업 중 의지와 상관없이 고인에 대한 정보를 하나씩 발견하면서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인데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일을 하면서 남을 판단하지 않게 됐다며 “회사의 제1원칙이 사생활 보호이다. 일어난 일에 대한 어떤 판단도 하지 않으며 유가족을 대하는 자세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교육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타인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일… 사회적 책임감 느껴

시를 전공했고, 한때 출판업계에서 일했던 그가 특수 청소 일을 한다는 사실이 도무지 쉽게 연결되지 않았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묻자 그는 “10대 후반부터 죽음에 관한 시를 많이 접했고 죽음에 대한 상념이 많았던 것 같다. 또 취재차 일본에서 중고시장을 조사하면서 유품정리 관련 시장을 알게 되었다. 그런 여러 가지 동기가 바탕이 되었고 또 청소를 좋아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출판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완 대표는 여전히 청소 일을 한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비즈니스이다 보니 그 직업적인 아이러니 속에서 ‘모든 요청에 응한다’는 삶의 모토가 생긴 것 같다. 어떤 사회적 책임이 부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책을 출판할 때도 이런 소재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있다는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판 이후 반응에 대해서 그는 “‘왜 이런 글을 쓰느냐’는 등의 반응이 있지만 책을 통해 건강한 에너지를 얻는 독자들이 더 많아 작가로서의 보상은 이미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에는 취업 관련 문의가 부쩍 늘어 블로그에 구직자 페이지를 만들어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이 일이 힘들지 않다고는 말하기 힘들다”라고 말하는 김 대표. 그는 ‘오직 한 사람뿐인 그분에 대한 내 서비스도 단 한번뿐’이라며 자신의 일에 대해 소중하고 고귀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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