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마지막 길 정성껏 배웅해 드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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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마지막 길 정성껏 배웅해 드려야죠”
연재 특수 직업의 현장-① 최근 여성들의 진출이 증가하고 있는 장례지도사의 세계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07.0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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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람 장례지도사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장례지도사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과거 남성들의 직업으로만 인식됐던 장례지도사에 여성들이 도전해 주목을 받고 있다.

장례지도사 자격증 취득, 여성이 20% 차지

죽음은 출생, 결혼과 함께 인생의 가장 중대사로 꼽힌다. 누구나 거쳐야 할 삶의 과정이지만 죽음은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고 또 경황없이 맞아야 할 때는 당황하기도 한다. 힘든 이별의 순간에 마음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장례를 치러야 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장례지도사는 가족들을 대신해 장례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장례지도사는 개인이 준비하기에 복잡하고 까다로운 장례 절차를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총괄한다. 즉, 염습부터 입관, 발인, 운구로 이어지는 시신 관리뿐만 아니라 장례 상담, 의례지도 및 빈소 설치 등 일반 장례에 관한 분야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과거 장의사라고 불리던 장례지도사는 주로 40대 이상의 남성이 하는 직업으로 인식됐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부 대학교에선 관련 학과들이 개설되었고 지식과 실무를 겸비한 젊은 인력들의 진출이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여성 장례지도사도 증가하는 추세다. 유족들 역시 젊은 장례지도사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장례식장이 변화하고 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은 장례지도사 국가자격증 제도가 시행된 2012년부터 2020년 3월까지 총 2만6천여명이 자격을 취득했으며 이 가운데 여성의 자격증 취득 비율은 약 2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여성 장례지도사에 대한 인식 변화되는 추세

지난주 기자는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례지도사 박보람(32) 씨를 만났다. 그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는데 당시 장례식 중 입관할 때 여성 장례지도사가 있었다. 그때 좋은 기억과 감사함이 남아있었는데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 선생님의 추천으로 장례지도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박보람 씨는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를 졸업한 뒤 현재 7년째 장례지도사로 일하고 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어린 여자라고 무시를 당하기도 하고 빈소에 들어와 술을 따르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성 장례지도사를 전문 직업인으로 대우하면서 그런 상황은 거의 발생하지 않을뿐더러 남성보다 섬세하고 꼼꼼한 면 때문에 오히려 여성을 선호하기도 한다. “입관할 때 여성 장례지도사가 있다고 하면 좋아하는 유가족도 계시고 가끔은 고인이 어머니라 여성 장례지도사가 염습을 해주면 좋겠다고 요청하는 유가족도 있다”며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매일 죽음을 마주해야 하고 때로는 육체적 힘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계를 느끼기도 하지만 일을 하면서 얻는 보람도 크다고 한다. “10대 청소년 자녀 혹은 장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유가족이 간혹 있다. 그들에게 장례에 관해 자세히 안내해주고 도와줬는데 장례를 다 끝내고 다시 찾아와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분이 있었다. 그럴 때는 ‘내가 일을 허투루 하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인생의 마지막 이별 아름답게 돕고 싶어

박보람 씨는 그동안 고령으로 인한 사망 외에도 신생아, 사고사, 자살 등 수많은 죽음을 보았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고인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날마다 죽음을 대하다 보니 평소에는 감정보다는 이성적으로 일하려고 한다. 그런데 4~5년 전 젊은 남자분의 장례를 주관하게 되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주무셨는데 나중에 부인이 보니 돌아가신 상태였다고 한다. 하필 그날이 결혼기념일이었는데 입관하던 날 부인이 거의 실신 직전까지 울었다. ‘다음 생에서도 내 남편이 되어주세요’라는 부인의 마지막 말에 옆에서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장례지도사는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전공하거나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시신을 보는 것을 힘들어하거나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자신과 맞지 않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일은 특히 전문성을 갖추고 일해야 하며 고인과 유가족에게는 봉사한다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인을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대하고 인생의 마지막 길을 좋은 모습으로 보내드린다면 저도 나중에는 그런 복을 받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는 박보람 장례지도사. 누군가는 해야 하며 꼭 필요한 이 일을 사명감과 봉사의 마음으로 임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직업정신의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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