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도 아프면 병원에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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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도 아프면 병원에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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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06.13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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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 꿀벌전문 동물병원

사람들이 먹는 중요 작물 가운데 인간이 이용할 목적으로 재배하는 식물 100종 중 70~80%는 꿀벌에 의해 화분매개(꽃가루를 옮겨 번식하는 방법)가 된다. 즉, 꿀벌이 없다면 열매를 맺지 못하기 때문에 단순한 양봉 부산물의 수준을 넘어 꿀벌은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와 생태계 변화 등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 꿀벌들의 질병이 증가하고 있어 양봉산업의 생산성에도 피해가 크다. 이러한 양봉 농가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국내 최초로 꿀벌질병 진단치료 및 상담을 전문으로 개설된 곳이 바로 꿀벌동물병원(대전시 중구 보문로 235)이다. 
흔히 꿀벌을 곤충이라고 알고 있지만 축산법에 따르면 가축으로 분류돼 있고 수의사법에는 동물로 규정돼 있다. 꿀벌이 앓을 수 있는 질병만 해도 약 36가지 정도 된다고 한다. 아직은 생소한 꿀벌동물병원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이런 전화가 걸려온다고 한다. “오늘 진료하나요?” “네, 저희는 꿀벌만 진료하는 병원입니다” “네? 꿀벌도 아픈가 봐...” 

국내 꿀벌치료 1인자 정년기 박사

지난주 기자는 30년간 꿀벌 연구에만 매진해온 꿀벌 전문 수의사 정년기(70) 박사를 만나보았다. 수의사로 활동 중 1992년 처음 양봉장을 방문한 정 박사는 꿀벌의 병은 똑같은데 사람들이 쓰는 치료약이 제각각인 것을 보고 ‘올바른 처방 지침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꿀벌연구에 뛰어들어 급기야 2013년 꿀벌동물병원을 개원하기에 이르렀다. 정 박사는 “처음 병원을 시작할 때 높은 진입장벽과 제도적인 어려움이 많았지만 내가 지금 걷는 이 길이 후세대에 좋은 모범이자 방향이 될 것이라 믿는다”며 “돈을 좇았다면 이 길을 걷지 않았을 것이다. 세끼 밥 먹고 살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소박한 삶의 철학을 배울 수 있었다. 
정 박사는 꿀벌치료뿐 아니라 꿀벌질병에 대한 다양한 지식전파로 양봉 농가에 큰 힘을 주고 있다. 그는 국내 꿀벌치료의 1인자로 통하지만 정작 본인은 해를 거듭할수록 부족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꿀벌질병학 관련 교재 하나 없는 우리나라에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정 박사. 아픈 꿀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진료하고 4시간 강의를 하고도 이 일을 즐기기에 피곤하지 않다는 정년기 박사를 보며 한국 양봉산업의 밝은 미래를 느낄 수 있었다.    
대전/ 윤나영 기자 daejeon@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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