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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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어떻게 될까?
포커스 세계적으로 급감하는 꿀벌 개체 수 인류의 식량산업에 미치는 영향 막대해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05.30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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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농업과학원 조상균 명예연구관

매년 5월 20일은 UN이 정한 ‘세계 꿀벌의 날’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꿀벌의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꿀벌과 인류 식량산업의 연관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국립농업과학원 조상균(68) 명예연구관을 통해 꿀벌의 중요성과 국내 양봉업의 현황을 들어보았다. 

세계 주요 작물 70종이 꿀벌의 수분작용으로 생산

“만약 지구에서 벌들이 사라진다면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은 오직 4년뿐이다.” 벨기에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모리스 마테를링크(1862~1949)가 1901년 그의 저서 ‘꿀벌의 생활’에 기록한 내용이다. 실제 꿀벌은 생태계를 이루는 데에  매우 중요한 존재로 밝혀지고 있다. 꿀벌이 단지 꿀을 생산하는 곤충의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작물 100종 가운데 70종 이상이 꿀벌의 수분작용으로 생산된다. 블루베리, 오렌지, 딸기 등의 과일과 채소, 견과류까지 70~80%가 이에 해당되며 원예종자, 의약품 생산도 꿀벌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린피스는 전 세계적으로 꿀벌이 제공하는 경제적 가치를 37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세계적으로 꿀벌 수가 급감하고 있다. 특히 꿀벌이 대량으로 사라지는 군집붕괴 증후군(CCD: Colony Collapse Disorder)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유럽은 1985년에 비해 25% 감소했고, 미국은 2006년보다 40% 감소했다. 브라질에서는 작년 한 해에만 50억 마리의 꿀벌이 집단 폐사했다. 국내에서는 2010년 토종벌 집단 폐사로 당시 2만 가구였던 토종벌 농가가 현재 300가구밖에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꿀벌의 수분작용이 안 될 경우 농산물 수확량이 줄고 가축들의 먹이가 번식하지 못해 가축이 사라지기 때문에 이는 지구 생태계에 큰 재앙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여왕벌을 키우는 벌집을 들어 보이고 있다

기후변화·전자기파 등 원인으로 꿀벌 개체 수 급감

꿀벌의 개체 수가 급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다양한 원인을 내어 놓고 있다. 식물 유전자를 조작해 꽃으로 인해 꿀벌이 피해를 입는 현상과 농약 등 유기화합물, 바이러스, 전자기파, 지구온난화 그리고 자전축의 변화로 꿀벌들의 귀소본능이 무력화되는 현상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농업과학원 조상균(68) 현장 명예연구관(前 한국양봉농협 조합장)은 “우리나라 양봉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소는 기후이다. 밀원(벌이 꿀을 빨아 오는 원천) 식물인 아까시나무꽃(세칭 아카시아는 잘못된 표현)이 피었을 때 기온이 냉하지 않아야 하는데 지난 4월 말에 서리가 내릴 정도로 이상 저온 현상이 계속되어 올해 아까시 꿀은 대흉년으로 예상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더위도 아까시 생육 조건에 맞지 않아 꿀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각국은 주요 원인을 분석하여 다양한 대응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4년 꿀벌을 국가보호가축으로 선정하고 7종의 꿀벌에 대해서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으며 핀란드에서는 꿀벌의 저항력을 높여주는 백신을 개발하기도 했다. 일본은 비교적 고온건조하고 농약으로부터 안전한 도시양봉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는 녹지에 꿀벌들을 위해 ‘Bee Corridor’라는 초원을 만들어 꿀벌을 모으고 있다. 특히 UN은 2017년부터 ‘세계 꿀벌의 날’을 지정하여 꿀벌 보존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꿀벌의 멸종위기를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꿀벌 위한 밀원수(蜜源樹) 지속적 확충 필요

1910년 우리나라에 유입된 서양종 꿀벌은 토종벌보다 크기가 약간 크고 수밀력(꿀을 물어오는 힘)과 번식력이 좋으며 병충해에 더 강하다. 때문에 토종벌 집단 폐사 이후 현재 국내 대부분 양봉농가에서 서양종 꿀벌을 기르고 있다. 조상균 명예연구관은 “지금도 진드기나 가시응애 등의 병충해 피해는 부분적으로 있었지만 양봉인들의 기술 전수와 기자재 발명 등의 노력으로 우리나라 양봉 사육밀도(면적대비 꿀벌 수)는 세계 1위”라고 말했다.
그러나 꿀벌 보호를 위한 밀원수(벌이 꿀을 빨아 오는 원천이 되는 나무) 확충의 필요성은 여전히 강조되고 있다. 조 연구관은 “우리나라는 밀원수를 확충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후배들에게 양봉하려면 5㎞ 내에 밀원수부터 심으라고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때 삼림녹화를 위해 정부가 임야에 아까시나무를 심었지만 최근에는 목재 가치가 있는 나무를 더 많이 심는 추세다. 때문에 꿀벌의 보존을 위해서는 목재 가치와 밀원 가치가 병행되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꿀벌을 보호하는 일은 꿀벌과 자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식량산업과 같은 인류의 생존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이제 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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