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터넷 기록 지워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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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터넷 기록 지워드려요"
핫이슈 최근 불법 촬영물, 악성 댓글 등 삭제 전문 업체 수요 급증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05.2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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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디지털 범죄의 심각성이 드러나면서 피해자들을 대신해 불법 영상물을 삭제해 주는 온라인삭제 전문 업체, 이른바 ‘디지털 장의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KBS뉴스캡처

온라인상 개인정보 유출 피해 심각

인터넷을 비롯해 각종 SNS가 발달하면서 편리한 점도 많지만 인적 사항부터 개인의 기록이 담긴 일기와 사진, 영상 등 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대중에게 공개된 연예인의 경우 악성 댓글, 근거 없는 루머들로 인한 피해가 컸는데 이제는 그 피해가 일반 개인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게다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유출된 불법촬영 영상이나 사진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거나 심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발생한다. 
유포자를 신고해도 이미 유포된 자료들은 자동으로 삭제되지 않기 때문에 본인과 관련한 흔적을 삭제해 주는 업체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인터넷 기록이 개인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로 자리 잡으면서 결혼이나 취업 등을 앞두고 과거에 그냥 방치해두었던 게시물을 지우려는 이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삭제 전문 업체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누군가의 정보를 찾아 장례를 지낸다고 해서 일명 ‘디지털 장의사’라고 불리기도 한다. 원치 않는 정보를 대신 삭제해 주거나 더 나아가 온라인에서 개인이나 기업, 브랜드의 평판을 긍정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산타크루즈컴퍼니 김호진 대표

삭제물 재유포 방지 위해 지속적 모니터링 필요

최근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가 이슈가 되면서 디지털 장의사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기자는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산타크루즈컴퍼니를 찾아가 보았다. 이곳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장례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평판관리 전문회사이다.
산타크루즈컴퍼니 김호진(51) 대표는 예전에 광고모델 에이전시를 운영했었다. “우리 회사에 소속된 모델이 광고를 찍고 난 뒤 악의적인 댓글이 퍼지고 안티 카페까지 개설된 일이 있었다. 그래서 나이 어린 모델과 그 가족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인터넷의 악플과 게시물 등을 지워나갔다. 그 일을 계기로 2008년부터 온라인상 개인정보를 삭제해 주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자료를 삭제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객이 삭제하고 싶은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데이터 수집 프로그램을 통해 목록을 찾아낸다. 그리고 삭제 권한을 가진 사이트 운영자에게 삭제 요청을 보낸다. 국내 사이트는 하루 만에 해외 사이트는 2~3일 정도면 95% 정도 삭제된다. 하지만 딥 웹(deep web: 검색 엔진이 찾을 수 없는 웹 페이지)의 경우는 찾을 수가 없어서 삭제가 어려울 때도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뉴스 기사일 경우 각 언론사마다 시각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삭제나 수정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소송을 해야 할 경우도 발생하는데 그 과정이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다”고 토로했다. 또한 한번 유포된 자료는 언제든지 재유포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꾸준한 모니터링 서비스로 사후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디지털 장의사, 피해자 보호 외에 범죄자 옹호 측면도

삭제 요청을 하는 의뢰인은 연예인부터 기업, 일반인까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10대 청소년이나 20대 청년층이 가장 많다. 청소년들은 돈이 넉넉하지 않고 부모님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어 혼자 고민하다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봉사 확인서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무료로 삭제를 해주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 수군거리기만 해도 유포된 자신의 영상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자살을 고민한다’ 등 의뢰인들의 사연을 들으면 안타까울 때가 많은데 온라인 기록 삭제 후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다며 감사하다는 연락을 받으면 보람을 느낀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한편 디지털 기록 삭제 서비스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직업윤리가 없다면 범죄자를 옹호하는 부정적 측면도 존재하기 때문에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 김 대표는 “최근 n번방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기록을 지워달라는 연락이 많이 왔다. 회사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딸을 둔 아버지로서 또 지금까지 가졌던 신념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아 의뢰를 다 거절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 작성된 데이터는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아 언제 어디로 유출될지 모른다. 누구나 이로 인한 피해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성적인 호기심으로라도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간직하거나 주고받으면 절대 안되며 인터넷, SNS에 개인정보를 올릴 때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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