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영원히 함께 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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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영원히 함께 뛰고 싶어요”
특집 장애인의 날 특집-③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 함께 뛰는 가이드 러너 김영아 감독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04.2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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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이 안전하게 마라톤을 완주하려면 함께 뛰는 가이드 러너(동반주자)의 도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각장애인의 꿈을 함께 이루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고 끝까지 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한국시각장애인 마라톤클럽 김영아(46) 감독을 만나보았다.

마라톤 매력에 빠져 풀코스만 100번 넘게 완주

시각장애인들의 ‘눈’이자 안내자 역할을 하는 가이드 러너는 이들이 안전하게 잘 달릴 수 있도록 손목을 끈으로 묶고 함께 뛰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시각장애인 마라톤클럽(VMK) 김영아 감독 또한 시각장애인들과 아름다운 동행을 펼치고 있는 가이드 러너이다.
지난주 기자는 을지로에 위치한 하나은행 본점에서 안전관리부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영아 씨를 만났다. 그는 2003년 우연히 참가한 전국 금융인 마라톤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마라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김 씨는 “평범한 은행원으로 일하며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았는데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서부터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마라톤은 누구나 공평하게 노력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연습한 만큼 결과를 내는 운동인 것 같다. 또한 달리다 보면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 등 일종의 정신적인 다이어트가 되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새벽에 청계천을 달리고 점심시간에 직장 내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등의 꾸준한 훈련 덕에 국내 마라톤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뿐만 아니라 보스턴마라톤, 도쿄마라톤 등 수준급 국제무대에도 출전하며 풀코스만 100번 넘게 완주한 베테랑 선수다.

한국시각장애인 마라톤클럽에서 감독으로 활동

그렇게 마라톤의 매력에 푹 빠져 훈련에 몰입하던 중 2007년 한 마라톤 대회에서 시각장애인이 달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때부터 시각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한국시각장애인 마라톤클럽에서 가이드 러너로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혼자 달리는 것과 가이드 러너로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달리는 것은 전혀 다르다. 나 혼자서 달릴 때는 내 컨디션에 맞춰서 달리지만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하려면 체력이나 스피드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내 자신을 더 컨트롤하고 절제하게 되는 것 같다”며 가이드 러너로 봉사하는 일이 도리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가이드 러너를 거쳐 한국시각장애인 마라톤클럽에서 훈련코치로 수년 간 활동하다 작년 12월 감독으로 임명되었다. 매주 토요일이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빠지지 않고 시각장애인들과 남산에서 마라톤 훈련을 한다. “여러 사람들이 동반주자로 자원해서 오다 보니 각 마라토너마다 그 실력과 맞는 사람을 매칭해 주는 일을 주로 맡고 있다. 또한 훈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교육도 담당한다”며 감독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알려주었다. 시각장애인들이 달릴 때는 얕은 턱을 밟아도 발에 금이 갈 수 있고 잘못 넘어지면 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그래서 시각장애인들과 가이드 러너 간의 호흡을 맞추는 것뿐 아니라 서로 간의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고 김 감독은 강조했다.
한편 직장생활에 육아와 봉사활동까지 하며 지치거나 힘들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감독은 “좀 더 시간을 함께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서 죄송할 따름이다. 가이드 러너 봉사는 나에게 축복이다”며 밝은 웃음을 지었다.

“봉사하며 오히려 배우는 점이 더 많아”

가이드 러너로 활동하면서 그를 거쳐 간 많은 시각장애인 마라토너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10년 넘게 호흡을 맞춰 오고 있는 이철성(54) 씨는 김영아 감독에게도 특별한 사람이다. “이분은 시각과 청각 장애를 지니고 있지만 국내 마라톤 1인자로 불릴 정도로 잘 뛰는 선수였다. 그런데 대장암 수술 후 십여 차례에 걸친 항암치료를 받으며 투병생활로 어려운 시간을 겪었다. 그 후 다리에 마비가 오는데도 그것을 이겨내고 지금도 계속해서 뛰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내가 이 사람을 위해 무엇을 도와준다고 말할 수가 없다. 이 선수를 통해 긍정의 힘을 받으며 오히려 배우는 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10월에 열릴 장애인전국체전에도 함께 출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시각장애인들과 함께하는 가이드 러너로서의 활동을 ‘봉사’라고 하기에는 어색하다고 말한다. “누군가를 도와주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그냥 사람이 좋고 함께 뛰는 자체가 좋아야 이 일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앞으로도 장애인 마라토너들이 자신의 손을 뿌리치지 않는 한 옆에서 항상 같이 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신체적 차이를 극복하며 서로의 팔을 끈으로 연결하고 달리는 이들의 아름다운 동행. 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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