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발달장애가 엄마의 인생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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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발달장애가 엄마의 인생을 바꾸다
특집 장애인의 날 특집-② 발달장애인의 심리적 안정 위해 디자인 회사 설립한 조명민 대표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04.1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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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디자인은 성별, 국적, 장애의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적응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말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을 토대로 발달장애 자녀를 양육하며 얻은 경험을 융합해 발달장애인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편안한 공간을 디자인하고 있는 (주)밀리그램디자인 조명민(50) 대표를 만나보았다. 

한국형 스누젤렌 물기둥 최초 개발

우리나라의 2018년 기준 장애인 인구는 260만여명이다. 그 중에서 발달장애 인구는 23만여명으로 추정된다. 특히 30세 미만 장애 인구 중 발달장애 비중은 2008년 45.4%에서 2018년 62.5%로 10년 새 17.1%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주)밀리그램디자인(대표 조명민)은 발달장애인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공간을 설계·시공하는 사회적기업이다. 특히 밀리그램의 디자인은 배리어 프리 디자인(장애인들의 물리적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설계된 디자인)뿐만 아니라 감각적으로 예민한 자폐장애인, 발달장애인들의 심리적 안정까지 배려하는 디자인으로 알려져 있다. 
조명민 대표는 최근 ‘한국형 스누젤렌 물기둥’을 개발하여 지난 2월 국제스누젤렌협회 한국지부(서울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 스누젤렌 물기둥 2개를 기증한 바 있다. 스누젤렌(Snoezelen: 잘 꾸며진 방)이란 snooze와 doze(졸다, 선잠자다)의 합성어로 다양한 감각자극을 조절하여 그 환경에 있는 대상이 편안함을 느끼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조 대표가 3년에 걸쳐 개발한 한국형 스누젤렌 물기둥은 기둥의 온도와 거품의 패턴 뿐 아니라 거품의 시간과 양, 색깔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조 대표는 “창업 초기에는 관공서와 복지시설 디자인을 주로 했다. 점차 이런 공간의 필요성이 확산되는 추세이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심리적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격리 병동에서 치료받는 이들을 위해 이런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 아들의 환경 개선 위해 건축학 배워

조 대표의 이런 노력에는 이유가 있다. 발달장애로 태어난 첫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데에서 오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올해 24세 된 아들을 이해하면 할수록 미안함이 커진다고 말하는 조 대표는 “한마디로 연구 대상이 집에 있는 셈이었다(웃음). 아들은 모든 감각의 예민함을 다 갖고 있었다. 길을 가다 갑자기 귀를 틀어막거나 소리를 지르는 행동을 많이 보였는데 이는 감각의 불균형으로 인한, 불안함을 이기기 위한 나름의 대응이었던 것이다. 한 예로 아직 보이지도 않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 귀를 틀어막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감각통합치료 결과 중력감각 장애도 있었는데 항상 몸이 떠 있는 느낌이 들어 중력을 느끼려고 끊임없이 어딘가 올라갔던 것이다. 당시 아이가 얼마나 불안했을까 생각됐다”고 했다. 
어느 날 조 대표는 모든 것을 원점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의 큰 도화지 위에 아이에 대한 그림을 그려 나갔다. 그는 “장애가 무엇인지부터 생각했다. ‘장애는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지? 아이가 변하지 않는다면 눈에 보이는, 귀에 들리는 환경이 바뀌면 되지. 그러나 모두를 변하게 할 수 없으니까 나라도 달라지자’ 이렇게 결론을 내린 후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건축학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자녀를 양육하며 경험했던 낙후된 복지환경을 떠올리며 복지 시설 공간에 집중하여 연구를 시작했다. 

“장애아 치료 공간, 질적 지원이 더 중요해”

한편 첼로를 전공한 조 대표는 2017년부터 발달장애 아들로 구성된 ‘어울림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다. “특수학교에 공연하러 가서 정말 무기력하고 표정 없는 아이들을 봤다. 그래서 이들을 즐겁게 해줄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치료실에 대한 거부감이 많다고 한다. 조 대표는 이들을 위해 치료실 입구에 특수영상 인트랙티브 콘텐츠 기법을 도입하는 등 광섬유, 촉감놀이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를 응용하고 있다. 
그는 이 분야의 연구자들이 많지 않은 점을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연구한 내용을 실무에 적용시켜 피드백을 받고 수정하는 작업을 혼자 하는 경우가 많고 아직 대부분의 치료 공간에서 질적 지원보다 양적 지원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며 한 곳을 만들어도 제대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 적절한 환경이 조성된 곳에서 성장한 장애아와 그렇지 않은 장애아 간의 격차가 상당히 큰 것을 알기에 조 대표는 오늘도 장애아들의 치료를 위한 환경 조성에 온 마음을 쓰고 있다. 
끝으로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제도가 굉장히 좋아졌다. 그러나 장애 아이들이 성장해 나가는 데 있어서 단계별 지원이 이어지지 않고 끊기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았다. 앞으로 보다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면서 느낀 장애인 복지제도에 대한 애로를 호소했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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