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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도 도전 멈추지 마세요~
특집 장애인의 날 특집-① 운동으로 시각장애 트라우마 극복한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한동호의 생생스토리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04.11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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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장애’ 하면 다름보다는 비정상인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있다.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앞두고 장애를 바라보는 편견에 맞서 스포츠 분야에서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는 한동호 선수를 만나보았다.
 

20대 초반 갑작스런 희소병으로 시력 상실 

“완전히 안 보이는 건 아니구요. 렌즈에 김이 서린 것처럼 뿌옇게 보이는데 이제 적응이 돼서 괜찮아요.” 지난주 송파구 방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동호(33) 선수는 기자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현재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장애인 사이클 선수이다. 한 씨는 14년 전 대학교 입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레베르시신경병증(LHON)’이라는 희소병 판정을 받았다. 1년 만에 가까이 있는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시력을 잃었고, 밖에 나가면 여기 저기서 부딪치고 걸려 넘어지는 건 일상이 되었다. 게다가 오토바이와 충돌해 팔목 뼈가 부러지는 사고까지 당하게 되면서 바깥에 나오기가 무서워졌다. 당시에는 죽고 싶을 정도로 절망하며 2년 정도 집안에서 나오지도 않고 방황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지인의 권유로 헬스장에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엔 아무도 없는 시간에 가서 러닝머신을 뛰었다. 잘 안보이니까 불편하기도 하고 기구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계속해서 하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생각에 집중적으로 매달렸던 것 같다”고 한 씨는 말했다. 그 당시 하루에 8시간 넘게 운동에 매진했고, 너무 강도 높은 운동 때문에 어깨부상이 와서 재활 겸 시작한 것이 수영이었다. “학창시절에는 남들 다하는 농구나 축구 등 운동을 별로 하지 않았었다. 수영도 20살 넘어 처음 배웠는데 수영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자신감 갖게 한 수영, 국가대표 선수로 10년간 활약

한동호 선수에게 수영은 자신감과 희망을 심어준 운동이었다. 2008년부터 수영을 시작, 이듬해부터 선수로 활동하면서 전국체전 3관왕 석권 등 각종 메달을 휩쓸었다. 그는 국가대표를 목표로 훈련을 거듭한 결과 2010·2014 장애인 아시안게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장애인올림픽에 국가대표 수영선수로 출전할 수 있었다. 특히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5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시각장애인 부문 한국 신기록 6개를 보유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훈련과정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국가대표 생활을 10년 정도 했다. 많게는 하루에 14㎞까지 수영을 하고 달리기 1시간, 야간 운동까지 밥 먹고 휴식시간 외에는 늘 훈련만 했다. ‘선수는 선수답게’라는 마인드와 뚜렷한 목표가 있으니까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10살 넘게 차이 나는 젊은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수영선수를 계속하기에는 체력적으로 한계가 왔다. 나이를 감안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로 국가대표를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제 그는 사이클 선수로 전향했을 뿐 아니라 마라톤도 함께 하면서 철인 3종 경기(수영·사이클·마라톤)에 참가하는 등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사진/JTBC 뉴스캡쳐

“장애인 향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 바꾸고 싶어”

특히 한동호 선수는 2019년 11월, 그리스에서 열린 아테네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세계 최초로 가이드러너 없이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가이드러너를 대신해 카메라가 주변 상황을 파악해 소리로 바꿔 전달하는 스마트 기기를 착용하고 42.195㎞를 뛰었다. 그는 “경쟁 속에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하는 수영과는 달리 마라톤은 모든 사람이 같이 하나를 보고 뛰면서 서로 응원해주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고 마라톤의 매력에 대해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러한 도전을 통해 장애인도 조금 불편할뿐 남들과 다르지 않고 무엇이든 도전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하면 사람들의 인식 속에 안됐다, 불쌍하다 그런 편견을 가지거나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는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또한 자신과 같이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불편함이 있더라도 자신한테 맞는 운동을 찾아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즐겁게 생활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현재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가 취소되면서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는 그는 앞으로도 운동선수로서의 활동뿐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시각장애인이 볼링, 양궁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0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약 260만 장애인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고 있는 한동호 선수의 도전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응원한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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