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 즐길 수 있는 국악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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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즐길 수 있는 국악 만들고 싶어요
연재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운 만남 - ③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03.2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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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하면 아직 소수 국악인들만의 음악이라는 인식이 많다. 
이에 대중이 즐겨 찾는 국악을 만들고 이를 계승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젊은 국악인 ‘레이블 소설’의 설현주(36) 대표를 소개한다. 

Contents
      1. “전통예술, 시대와 공감할 수 있어야죠”
      2. 한복, 전통의 가치에 새로움을 입히다
 ▶   3. 대중이 즐길 수 있는 국악 만들고 싶어요

‘원스톱 서비스’로 국악인의 음반 제작 지원

‘레이블 소설’은 2018년 설현주 대표가 설립한 국악 전문 음반사이다. 음반사를 뜻하는 레이블(Label)과 24절기 중 스무 번째 절기인 소설(小雪: 첫눈이 내리는 시기)을 따서 ‘레이블 소설’이라 지었다. 또한 소설(小雪)은 물이 처음 어는 시기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어 무형의 음악이 음반이나 음원 등 유형의 형태로 변화되는 곳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도 갖고 있다. 기자가 찾은 서울 서초구의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레이블 소설에서는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 국악을 살려내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대중음악 음반 발매는 1년에 최소 4천개 이상, 그러나 국악 음반 발매는 많아야 1년에 250개 정도다. 그나마도 경제적 여유가 되는 사람들, 연구비를 지원받는 몇몇 교수들이 대부분이다. 국악 생태계의 특징상 젊은 국악인들이 자신의 음반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 설 대표가 느낀 국악계의 현실이다. 
때문에 음반사를 설립하자마자 35세 이하 젊은 국악인 30명을 선별하여 무료로 음원을 제작해 1주일에 한 개씩 발매했다. 설 대표는 “연주인들에게는 녹음실 하나 찾아내는 것도 힘든데 음원 제작을 위해 녹음, 편집, 디자인을 하고 유통사를 거치는 과정은 더 어렵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녹음만 하면 음원 제작까지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원스톱 서비스’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첫 음원 제작 지원’ 등의 프로젝트로 국악인들에게 음악가로서 프로필에 이력을 만들어주고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국악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녹음실 경험을 제공하여 학생들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국악 고유의 음원 살리기 위한 활동에 진력

설 대표는 흔히 말하는 정통 국악 학교 출신은 아니다. 그는 어떻게 보면 국악계에서는 이방인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는 일반 고등학교의 사물놀이 동아리를 통해 국악계에 입문한 국악인이다. 뒤늦게 시작한 국악이었지만 워낙 악기 다루는 것을 좋아했던 터라 타악기를 전공했고 이후 10여 년간 국악 관현악단에서 활동했으며, 그중 3년은 단무장으로 악단을 이끌었다. “해보고 싶은 일이 많은데 단체라는 테두리에 갇혀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고 그러다보니 젊은 국악인들이 기량을 발휘할 기회가 없는 것 같아 퇴사를 결정했다. 같은 고민을 하던 분들과 자연스럽게 사회적 기업에 지원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설 대표는 국악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래전 만들어진 국악의 음원 일부가 듣기에 거칠어 대중화되기 어려운 점과 국악의 고유 음원이 국악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변질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항상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국내 음반사 중 국악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곳이 99%이다 보니 국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예로 음반사 기술자들이 태평소와 같은 악기의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서 본래 악기의 특색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가공해 버린다. 가공을 하더라도 그 본래 음의 특성을 살리면서 가공해야 하는데 국악 고유의 음이 배제된 채 음원이 나오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떡이 좋다고 떡만 먹이는 것이 아니라 떡볶이를 만들어서 더 맛있게 먹게 하고 싶은 거죠(웃음).”

건강한 국악 생태계 만들어야 보존도 가능

설 대표는 만약 국악이 ‘전설의 고향’ 같은 프로그램이 아닌 아이들이 즐겨보는 만화에 삽입되었다면 지금 국악계는 어떨까? 하는 고민을 안고 국악의 저변 확대를 희망하고 있다. “국악계에 일자리 하나가 생기면 100명씩도 몰린다. 관련 학과가 폐쇄되고 졸업생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은 결국 취업이 안 되기 때문이다. 국악인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생태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국악도 보존될 수 없다.” 
이런 시스템을 바꿀 수 없기에 설 대표는 국악을 이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또 SNS 등 미디어를 활용하여 국악인들의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재즈 뮤지션 등과 콜라보레이션 음원 제작 및 공연기획도 진행 중에 있다. 그는 앞으로 전통음악원형, 미디어콘텐츠, 공연작품콘텐츠, 심리치료를 위한 국악과 다양한 소프트웨어까지 통합하는 전통음악 콘텐츠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악의 대중화와 전승에 대해 설 대표는 “대중은 좋은 음악이 있으면 스스로 찾아서 듣는다. 때문에 국악이 좋은 음악이니 아껴달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연주자가 이 시대 상황에 맞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대중이 즐길 수 있는 국악이라면 다음 세대에 전통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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