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예술, 시대와 공감할 수 있어야죠”
상태바
“전통예술, 시대와 공감할 수 있어야죠”
연재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운 만남 - ① 전통예술의 대중화 이뤄낸 ‘예술행정의 달인’ 안호상 前 국립극장장 인터뷰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03.13 18: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통을 보존하고 전승하는 것 못지않게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영화와 K팝, K드라마와 더불어 전통을 기반으로 한 한국예술이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공연과 복식, 음악 등의 분야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전통예술을 창작하여 대중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전문가들을 3회에 걸쳐 만나보았다.

Contents
 ▶  1. “전통예술, 시대와 공감할 수 있어야죠”
      2. 한복, 전통의 가치에 새로움을 입히다
      3. 대중이 즐길 수 있는 국악 만들고 싶어요

전통을 기반으로 한 컨템포러리 예술을 지향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과 ‘해를 품은 달’의 시청률이 30~40%를 넘고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천만관객을 동원했다. ‘국악과 전통에 무심한 젊은이들이 한복에 상투머리를 한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거기에는 빠른 속도감과 현대 음악이 있었다.”
홍익大 공연예술대학원 안호상(61, 前 국립극장장) 원장은 국립극장을 전통에 기반한 컨템포러리 극장으로 자리매김한 ‘시작점’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5천년 역사를 바탕으로 한 전통예술이 대중의 외면을 받고 있으니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 더 강한 요인을 결부시켰다. 전통은 유지하되 오감으로 전해지는 강력한 예술적 변화를 꾀해 아방가르드한 장르를 시도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안 원장은 1984년 예술의 전당에 입사한 후, 혁신적인 공연기획과 탁월한 기관운영으로 ‘예술행정의 달인’으로 불렸다. 그는 국립극장장이 된 2012년 1월부터 체계적이고 비약적인 변화를 이어갔다. 서양고전을 창극으로 풀어내고 국립국악관현악단 지휘를 서양음악가에게 맡겼다. 또한 패션디자이너와 영화음악 감독, 혹은 해외 예술가들이 국립무용단 공연을 제작하는 등 국내외에 검증된 예술가를 참여시켜서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표현방식을 시도했다. 그의 예상대로 관객들은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우수한 전통예술 창작품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최첨단 기술 외에 고유한 전통 지닌 한국에 놀라

과거 국립극장은 대관공연과 야외공연으로 프로그램을 채우며 오랜 침체 속에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 안 원장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극장 본연의 사명과 극장경영자로서의 책임을 되새기며 국내 최초로 자체 제작공연만으로 1년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편성하는 ‘레퍼토리 시즌제’를 실시했다. 이로 인해 매 시즌마다 50~60편의 신작과 레퍼토리가 무대에 올려졌다. 그 결과 놀랍게도 첫해부터 매진 사례가 이어졌다.
해외의 반응은 더욱 폭발적이었다. 핀란드 안무가(테로 사리넨)와 장영규 음악감독(대표작:암살, 도둑들)이 공동 제작한 ‘회오리’는 프랑스 칸 댄스 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초청받았다. 창극 사상 최장기 공연에 6회 전석 매진을 기록한 ‘변강쇠 점찍고 옹녀’는 ‘세계 공연 예술의 심장’이라 불리는 파리의 테아트르 드 라 빌 극장 무대에 올라 호평을 받았다. 
당시 에마뉘엘 드마르시 모타 극장장은 “삼성과 현대로 잘 알려진 한국은 최첨단 기술과 현대문명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나라인 줄로만 알았는데 고유한 음악과 이야기를 가진 독자적인 문화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했다. 안 원장은 “서양은 경제난과 더불어 문화예술적인 면으로도 정체기에 접어들며 새로운 대안예술을 찾고 있다. 반면 한국은 영화와 K팝을 비롯하여 문화적으로 독창적이며 활발한 기운이 넘치고 있다. 이제 한국적 색채 가득한 창극과 국악이 이미 널리 알려진 일본의 가부키와 중국의 경극 그리고 한계에 달한 유럽예술이 채우지 못하는 빈 공간을 채우며 국제무대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이 대중에게 기쁨과 감동 주어야

한편, 일부 예술가들은 고유한 춤사위를 하나라도 바꾸면 ‘전통이 망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 원장은 “그것이 오히려 전통에 대한 이해를 편협하게 만들고 전통예술을 불편하게 여기게 한다. 전통이 과거에 머물지 않고 살아있게 하려면 이 시대 대중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어 마침내 사회적 트렌드로 정착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국립극장장에 세 번 연임한 안호상 원장은 2017년 4월 홍익大로 옮기기까지 예술가와 관객간의 훌륭한 교량역할을 하며 전통공연의 대중화를 이끌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원장은 “우리가 갖고 있는 전통원형의 천분의 일, 만분의 일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하며 “한글에 현대적 디자인이 가미되어 수백 가지의 아름다운 글꼴이 재탄생되었다. 또한 그리스·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서양의 현대예술이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수천 년의 역사 속에 총총히 박힌 전통의 원형은 시대별로 어떻게 해석되느냐에 따라 수만 가지 모양으로 변형되어 의미를 갖게 된다. 그러므로 대중들로부터 전통에 대한 관심을 확보하면 할수록 우리의 원형이 훨씬 더 많이 발굴되고 풍성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미아 기자 miasong@igoodnews.or.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