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포에 발길 끊긴 헌혈의 집 가보니…
상태바
코로나 공포에 발길 끊긴 헌혈의 집 가보니…
[탐방] 코로나19 확산으로 헌혈자 감소 추세 혈액 부족 사태 올지 모른다는 우려 커져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02.29 12: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헌혈자가 급감하고 있다. 이에 혈액 수급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 헌혈의 집을 찾아가 현장 상황을 살펴보았다. 

코로나19 폭발적 확산에 혈액 수급 비상 

지난 27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700명(2월 27일 4시 기준)을 넘어섰다. 특히 전체 확진자의 80%가 밀집된 대구·경북지역은 큰 곤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가 경제·사회·문화 등 우리 사회 모든 영역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헌혈자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지난 2월 초 국내 혈액 보유량이 2.9일분(적정 보유량 5일)까지 줄어들 정도로 악화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자체와 기업, 사회단체는 물론 개인들의 헌혈 참여가 줄을 이었고 혈액 보유량은 적정 수준을 회복했다. 그런데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다시 혈액 대란이 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의학으로는 아직 혈액을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수혈이 필요한 응급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은 헌혈자의 혈액뿐이다. 현재 국내에서 필요한 혈액을 자급자족하려면 연간 약 300만명이 헌혈에 참여해야 한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매년 약 260만명이 헌혈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인구 고령화로 인해 수혈이 필요한 사람은 늘고 헌혈자 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앞으로 어떤 상황이 생길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헌혈자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 

지난 주말 기자는 서울 강남역 인근에 있는 헌혈의 집을 찾아가 보았다. 이곳은 20~30대 젊은층의 접근성이 뛰어나 다른 곳에 비해 헌혈자가 많은 곳이다. 헌혈의 집 강남센터 정미옥 과장은 최근 헌혈자 수가 많이 줄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평소 같으면 토요일 80명 정도가 찾아 왔는데 오늘은 절반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헌혈을 해도 괜찮은지 문의 전화가 자주 온다. 아무래도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꺼리는 분위기가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정 과장은 “혈액은 위급한 상황에 꼭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보존기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헌혈자들이 꾸준히 찾아와주는 것이 혈액 수급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헌혈자들 중에는 코로나19로 혈액 수급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헌혈의 집으로 달려온 이들도 적지 않았다. 취재 중 만난 오석현(23) 씨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코로나19로 혈액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헌혈을 하러 왔다. 헌혈의 집 내 위생관리도 잘 되어 있고 의료진도 상주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헌혈에 동참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헌혈하면 빈혈 생긴다? 잘못된 속설

전문가들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헌혈에 대한 잘못된 속설이 많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헌혈을 하면 빈혈이 생긴다 ▲헌혈을 하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헌혈을 하면 신경이 손상된다는 루머들이 대표적이다. 하나씩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애초에 빈혈이 있는 사람은 헌혈을 할 수 없고 1회 헌혈량은 체내 혈액량의 7~10% 정도여서 빈혈을 일으킬 정도가 아니다.
그리고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백혈구는 혈액뿐만 아니라 혈관 벽, 간, 림프 등에 분포되어 있어서 헌혈을 해도 면역기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신경이 손상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명백한 거짓이다. 의료용 바늘로 인해 신경이 다치는 상황은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설사 신경이 다치더라도 워낙 미미해서 자연스럽게 치유된다고 한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정말 혈액 대란이 올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소강 국면으로 전환되도록 노력하는 것은 물론 혈액 수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대한적십자사 헌혈대외협력팀 김두수 대리는 “헌혈 장려를 위해 지상파, SNS 등 다양한 방식의 대국민 헌혈홍보를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등록헌혈자와 봉사자의 참여를 독려하고자 한다. 정부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민수 차장대우  mskang@igoodnews.or.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