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으로 밀려나는 탈북학생들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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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으로 밀려나는 탈북학생들의 실상
줌인 극심한 교육격차 및 편견으로 대안학교 선택할 수밖에 없어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02.29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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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 백 명의 탈북학생들이 학습부적응과 편견으로 대안학교로 밀려나는 가운데 (사)남북교육개발원 송두록 사무국장은 탈북학생에 대한 적합한 학습지원이 한국사회 안정적 정착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국내 거주 탈북 청소년은 3천 7백여 명 

현재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전체 탈북자는 3만 3천 명 정도다. 이 가운데 탈북 청소년은 3천 7백여 명에 달한다. 이들 청소년들은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해 천신만고 끝에 한국에 들어왔지만 극심한 교육격차와 편견 및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곧 학업중도탈락으로 이어지며 한국사회에서의 실질적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자는 지난주 탈북학생들의 학업중도탈락 방지를 위해 수준별 맞춤 교육을 강화하여 안정적 정착을 이끌어가고 있는 (사)남북교육개발원 송두록(62) 사무국장을 만났다. 송 국장은 6·15 남북공동선언(2000년) 이후, 대북 기조가 바뀌자 통일교육 현장교재 집필진으로 참여하면서 남북 통합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국내 관련부처와 교육계도 2004년 당시 탈북학생(801명)의 초등학교 취학률이 86%로 상당히 높은 반면 고교 취학률은 6%에 불과하자 그때부터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그 결과 해가 갈수록 표면적으로는 탈북학생의 ‘학업중단율’이 줄어들고 있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백 명의 탈북학생들이 공교육에서 벗어나 대안학교를 선택하고 있다. 송 국장은 △고난의 행군(1990년대 중후반) 때부터 붕괴된 북한의 교육시스템과 △탈북 이후 중국과 제 3국으로 떠돌아다니며 놓쳐 버린 교육 기회 △그리고 남북의 교육수준 차로 인한 극심한 학력 격차 때문에 탈북학생들의 일반학교 학습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남북교육개발원 1대1 멘토링 교육 효과 높아

문제는 학습부적응만이 아니다. 탈북학생들은 탈북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두려워해 강원도에서 왔다고 하거나 부모님이 조선족이라며 자신을 숨기다가 거짓말이 들통나면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혀 고통을 받는다. 또한 자식교육 때문에 탈북했지만 남한사회를 알 리 없는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그 사이의 갈등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한편, 350명의 교직원이 함께하는 남북교육개발원은 교원과 탈북학생이 1대1로 참여하는 멘토링 캠프를 10년 넘게 진행 중이다. 더불어 진행되는 토요거점학교는 남북학생들을 한데 모아놓고 교육할 때 전혀 알 수 없었던 탈북학생들의 학력파워(알고 있는 힘)를 드러나게 하며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교사들도 “애들이 꼭 스펀지 같아서 새삼 교사임을 자각하며 오히려 치유를 받는다. 교육현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은데 가르치는 대로 흡수하는 탈북학생들 덕분에 큰 보람을 느낀다”며 기뻐했다.
안타까운 것은 위와 같은 학습기회, 병역 면제, 정착금, 그리고 특례입학까지 각종 지원을 받는 그룹은 오직 ‘북한 출생 탈북학생’ 뿐이라는 것이다. 국내 탈북학생을 분류해 보면 △북한에서 출생해 입국한 북한 출생자 △탈북 어머니와 중국 아버지 사이에서 출생해 중국 등 제3국에서 자라다 입국한 제3국 출생자 △남한 출생자, 세 부류로 구분되는데 급증하고 있는 제3국 출생 탈북학생(교육부 2018년 4월 통계, 1,435명)은 ‘비보호 청소년’이라 불리며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탈북민도 자강력 키워 대한민국 사회에 적응해야

지난해 12월, 서울시에서 유일한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여명학교)가 지역주민들에게 기피시설로 받아들여지며 은평구 이전 계획이 무산되었다. 송 국장은 탈북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데 일반학교의 선생님들조차 탈북학생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70여 년간의 분단으로 우리나라와  북한의 언어, 역사 교육, 사회 인식의 격차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한 민족, 한 국가라는 개념을 내세우며 탈북학생들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시대는 더 이상 아니다”라고 말하며 “6·25전쟁  때 남한 사람들은 북에서 온 피난민을 ‘이북 따라지’라고 부르며 멸시했다. 그러나 故 정주영 씨를 비롯한 이북5도민회가 고난을 이겨내며 역량을 보여주자 ‘이북 따라지’라는 말은 어느덧 사라져 버렸다. 탈북민사회의 진정한 힘은 그들 스스로가 함께 노력하며 남한사회에서 두 발을 딛고 강인하게 살아갈 때 생겨나는 것이다. 그 길이 느려 보이지만 가장 확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탈북학생들과 탈북민을 ‘먼저 온 통일’이라는 시각을 갖고 건실한 대한민국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을 보여주어야 미래 통일의 훌륭한 교두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미아 기자 miaso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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