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안에서 배우는 청소년 유도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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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안에서 배우는 청소년 유도교실
교도소 내 유도교실 통해 청소년들을 이끄는 석길영 교도관의 헌신적 봉사활동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02.2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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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직 국가공무원으로 일하며 동시에 청소년 선도를 위해 재능기부에 앞장서고 있는 교도관이 있다. 경기도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석길영 교감(矯監)이 바로 그 주인공. 오랜 시간 한결같이 봉사활동을 이어온 그를 만나보았다. 

2010년 법무연수원에서 무료 유도교실 시작 

경기도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석길영(54) 교도관. 그는 30여년째 법무부 소속 교정직 국가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교도관’ 하면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처럼 재소자들을 관리하는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교도관들은 사실 그 외에도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기도 하는데 석길영 교감은 수용자들의 다양한 지원을 위한 예산집행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주 기자가 석길영 교감을 만난 것은 다름 아닌 그의 특별한 봉사활동 때문이었다. 
“2010년 용인 법무연수원에서 근무할 때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유도교실’을 시작하게 됐다. 당시 평소 부모님과 대화가 없는 사춘기 청소년들이 부모님과 함께 유도를 하면서 관계가 좋아지고 변화되는 것을 보면서 그때부터 유도교실을 이어왔다.”
공인 유도 7단인 그는 용인에서 5년 이상, 안양교도소에서 2년, 여주교도소에서 2년, 화성직업훈련교도소로 발령받아 현재까지 무료유도교실을 운영하며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지역아동센터뿐 아니라 지역교회, 학교와도 업무협약을 맺어 평균 40~50명, 많게는 70여명의 학생들이 지원해 혼자 가르치기 벅찰 정도로 유도교실이 활성화되기도 했다. 

유도의 기본 정신으로 청소년들을 올바르게 선도

교도소 내 유도교실이 처음부터 이렇게 인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석 교감은 “처음에는 3명의 아이들로 시작했다. 교도관이라고 하면 총 들고 서있는 험상궂은 사람을 상상하는 아이들이 많았고, 또 지역 아동센터를 통해 유도교실 신청서를 접한 부모님들도 교도소 내 체육관에서 유도를 배운다는 이유로 다들 반대했었다. 그런데 그 3명의 아이들을 통해 유도교실이 정말 재밌고 유익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신청자들이 점점 많아졌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방과 후 유도 지도를 통해 200여명의 청소년들이 올바른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멘토의 역할을 해 온 그가 특히 강조하는 내용은 예(禮)에 관한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학교폭력 사건을 보면 가해학생이나 피해학생 모두 힘이 없는 아이들이고 본인이 약한데 더 약한 아이들을 억누르며 쾌감을 느껴 폭력에 가담하는 것인데 유도를 하면 자신보다 힘이 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된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유도의 기술, 즉 정신과 힘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절제하는 법을 배우고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가치있는 것인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늘 ‘몸이 건강하면 정신도 건강해진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많은 청소년들을 올바른 길로 선도하고 있다. 석 교감은 또 “실제 학생들을 가르쳐보니까 운동을 하면서 빠르게 판단하고 실행하는 것이 몸에 습득되어 학습 능력도 향상되는 것을 보았다”며 유도가 청소년들에게 주는 긍정적인 영향력에 대해 소개했다. 

지역사회와 연계된 유도교실 확대되었으면

석길영 교감은 웬만한 유도 코치나 감독 이상으로 많은 유도 꿈나무를 키워냈다는 사실은 더욱 흥미롭다. “부모님과 대화가 어려웠던 한 학생을 지도한 적이 있는데 1년 만에 두각을 보이며 결국 유도유망주를 키우는 학교로 전학해 유도선수가 됐다. 또 말썽부렸던 한 초등학생은 2015년 전국체전에서 1등을 하기도 했으며 지금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이 같은 봉사활동을 통해 2019년 법조인 봉사대상, 2016년 교정대상, 작은영웅상, 공무원재능나눔표창 등 다수의 수상 이력을 갖고 있다. 재능 있는 아이들을 발견하고 선수로 키워내는 일이 정말 즐겁고 운동을 통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면서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는 그를 보며 봉사란 ‘진정한 행복’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전국교도관유도카페 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전국의 교도관이 1만 6천명인데 그중 유단자가 10%나 된다. 우리가 가진 전문성을 살려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유도교실이 전국 교정기관으로 확대되어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활동을 하고 싶다. 현재 부산구치소는 7년째 유도교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타 지역에도 공무원들의 재능기부와 이런 활동이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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