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극복하고 예술혼을 꽃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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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극복하고 예술혼을 꽃피우다
기획 신년 기획특집 - ② 신체의 한계 넘어 예술의 세계 펼치는 두 장애예술인의 새해 소망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01.1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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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장애인국악협회 허정(56) 회장  |  구족화가 최웅렬(52) 화백

 

희망찬 경자(庚子)년 새해를 맞이하여 장애라는 큰 시련을 딛고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살아가는 장애인 예술가들의 새해 포부를 들어보았다.

사고 후 판소리로 인생 2막 시작

지난주 기자는 원주의 한 카페에서 한국장애인국악협회 허정(56) 회장을 만났다. “제 인생은 코미디죠”라고 말하는 허 회장은 드라마틱할 정도로 인생이 뒤바뀐 사람이다. 
횡성산림조합 토목반장으로 근무하던 그는 2006년 강원도 평창 수해복구지역에 일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굴삭기에 들려 있던 잔해물이 엎드려 있던 그의 허리 위로 떨어지면서 결국 하반신마비 장애를 갖게 되었다. “당시의 내 처지를 절망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뭔가 다른 집중할 곳이 필요해 여러 가지를 배우다가 판소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허정 회장은 말했다. 그는 횡성문화원에서 판소리를 배우면서 강원도 최고 명창인 박양순 선생을 만나게 되었고 10년 넘도록 지금까지 판소리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처음엔 판소리에 전혀 문외한인데다 하반신이 마비되어 배꼽 아래로는 신경이 느껴지지 않아 기본적인 호흡도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연습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노력했고 2014년 남도민요 국악경창대회에서 신인부 장려상, 2015년 국악경창대회 판소리부문 신인부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장애인 국악협회 설립, 장애인에게 희망 주고 싶어
장애인 예술인들 간의 모임은 많이 있지만 국악인을 위한 모임은 따로 없어 그는 2017년 민요, 판소리, 대금 등 다양한 분야의 국악을 하고 있는 장애인들을 위한 한국장애인국악협회를 설립하였다. 그는 “협회를 통해 장애인 예술가도 발굴하고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서 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데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판소리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다 들어있다. 관객들과 공감하면서 슬픔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하는 허정 회장. 자신의 소리를 통해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길 바란다며 올해는 더 많은 무대에서 관객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신체장애에도 불구하고 구족화가로 활동 시작

강릉에서 만난 최웅렬 화백은 장애를 안고도 그림을 그리는 특별한 예술인이다. 생후 7개월 때 뇌성마비를 앓으며 정상적인 신체활동이 어렵게 된 그는 6세쯤 되었을 때 유일하게 사용 가능한 왼쪽 발가락에 숟가락을 끼워 식사를 하게 한 부친의 도움을 시작으로 발가락에 붓을 끼워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로 명성을 떨치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발가락에 붓을 끼워 그림을 그리는 일 외에는 할 것이 없어서 매일 그림만 그렸던 것 같다. 어머니는 낙서를 한다고 핀잔을 주셨지만 성인이 되면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 그림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1992년 구족화가협회에 소속되어 98년에 처음 개인전을 가졌고, 2년 후 두 번째 개인전을 잘 마쳤지만 이후 그에게 슬럼프가 찾아왔다. 그림을 그리는 의미를 찾지 못해 오랜 시간 방황하던 그는 우연히 종교를 갖게 되었고 이후 그의 작품은 신앙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찾았다.

“그림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요!”

“사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어떻게 하면 죽을까를 고민하던 어느 날, 나의 시각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되면서 불행이 끝났다. 또 내 생각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마음의 세계를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정말 행복해졌다.”
이후 ‘마음이 보이면 행복해져요’ 등의 주제로 국내를 포함한 대만이나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연평균 20~30회 가량 개인전을 가졌다고 했다. 다가오는 3월에 경기도 이천에서 있을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는 최 화백은 새해에는 그림 하나, 짧은 글귀 하나로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시집과 책을 출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 가운데 대표적인 ‘황태’라는 작품은 겨울바람과 맹추위, 그리고 눈을 맞으며 건조된 황태로 인생을 표현했다. 겨울바람과 매서운 추위, 눈을 맞아야 비로소 진정한 황태가 되는 것처럼 인생도 같다고 했다. 또한 최 화백은 “즐겁고 기쁘고 행복한 것만 좋은 게 아니다. 슬프고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을 겪으며 그 사람은 추위를 이겨낸 황태처럼 성숙해지고 그 마음이 깊어지며 겸비해져 주변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비록 그의 신체는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 정신세계는 사고의 유연함과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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