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여름, 필자의 참외 농장에 친구가 일일 봉사를 하러 왔다. 그는 오전 일을 끝내고 이웃 비닐하우스 참외 밭을 구경하러 갔다. “너희 참외 넝쿨은 잎이 누렇던데 여기 넝쿨은 싱싱해 보이네”라고 친구가 말했다. “이 밭은 토양관리를 안 해서 잔뿌리가 발달하지 못해 꽃이 피지 않고 잎만 무성한 거야”라고 설명하자 친구는 “내가 보기에는 너희 참외 넝쿨이 안 좋아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열매가 많이 열렸네”라며 신기해 했다. 농사를 잘 짓는 사람은 참외 넝쿨이 무성한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땅 속에 숨겨져 있는 뿌리가 얼마나 튼튼하냐에 따라 좋은 열매를 맺는 것이 결정되기 때문에 뿌리를 살피는 것이다.
얼마 전 농업관련 자료를 보다가 ‘식물은 뿌리에 의해 살고 뿌리에 의해 죽는다’는 내용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가뭄이나 병으로 인해 농사에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뿌리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서 실패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가 인생을 살 때도 온전하고 평온하게만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잘못된 길로 가거나 미련하게 행할 때도 많지만 그때 건강한 참외의 뿌리처럼 뒤에서 꾸짖어 주고 미련한 것을 깨닫게 해주는 부모, 교사, 멘토가 있다. 만약 우리가 마음의 문을 열고 이들의 말을 크게 듣는다면 분명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손인모 대표/ 보화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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