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한 우리 올 한해 마무리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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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한 우리 올 한해 마무리 어떻게 할까?
핫이슈 예년과 다른 형식, 색다른 경험 함께하는 것이 올해 송년회 트렌드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9.12.13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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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밀레니얼 세대의 사회 진출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 풍속이 달라지고 있다. 색다른 경험과 힐링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 2019년 대한민국의 송년회 문화를 들여다보았다.

2030 직장인, 전시회·영화 등 선호 추세

1990년 12월, 한 달간 6명이 과음으로 사망하면서 사회적인 논란이 됐다. 당시 언론은 ‘송년회가 죽음을 부르는 술판이 되었다’고 지적했고, 송년회가 아닌 망생회(亡生會)라는 말도 회자됐다. 그리고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오늘날, 밤이 새도록 부어라 마셔라를 외치던 연말 회식문화는 이제 주말의 명화가 된 지 오래다. 송년회를 1차에서 끝내는 것은 당연하고 삼겹살에 소주보다 영화, 연극 등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이 더 익숙해졌다. 
게다가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밀레니얼 세대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대한민국의 송년회 풍속도가 또 한 번 달라지고 있다. 취업포털 인쿠르트가 20~30대 직장인이 선호하는 이색 회식 유형을 조사했더니 ▲전시회, 영화 등 문화 관람(23%) ▲마사지와 테라피 등 힐링(21%) ▲레포츠(16%) 순으로 나타났다. 요약하면 신속하고 부담없이 색다른 경험을 함께하는 방향으로 송년회 트렌드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연말 송년회를 공유경제라는 콘셉트로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회사 직원들이 각자 집에서 만들어 온 음식을 함께 나눠 먹으며 한해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사업 중인 한 스타트업 기업은 크루즈 위에서 선상파티를 즐기는 것으로 송년회를 대신했다. 직원들이 한 번쯤 해보고 싶지만, 할 수 없던 일을 회사가 대신 해주는 것으로 직원들의 노력을 보상해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힐링과 건강을 주제로 한 송년회도 인기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이색적인 경험을 하는 송년회가 있는가 하면 거한 식사 한끼가 아니라 최대한 간소하게 송년회를 진행하는 ‘미니멀 송년회’를 즐기는 이들도 늘고 있다. 아침 겸 점심을 함께 먹고 바로 헤어지는 이른바 브런치 송년회가 유행인가 하면, 송년회 시작 시간을 오후 한시로 정해 5시 이전에 마치는 기업들도 많다고 한다. 이처럼 송년회를 간소하게 치루는 경향은 이미 해외에서는 익숙한 문화다. 일본에서는 몇 해 전부터 부런치(부서와 브런치의 합성어) 송년회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덴마크는 대부분이 집으로 지인을 초청해 홈파티 형태로 치루는 것이 일상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가지 올해 유행하는 송년회 콘셉트는 ‘힐링’이다. 일례로 요즘 플로리스트들이 진행하는 플라워 레슨 단체 수강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직원들이 함께 크리스마스 리스 등 장식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레슨을 진행하는 플로리스트는 “소소한 무언가를 함께 만들다 보면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요가나 필라테스 강좌에 함께 참여하는 등 송년회를 건강에 투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송년회가 갖는 의미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과거 송년회는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면서 회포를 푸는 자리였다면, 이제 이색적인 경험을 함께하고 SNS를 통해 공유하는 등 재미를 추구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음식점·주점 등 송년회 특수 사라져 울상 

한편, 회사의 실적 악화로 신년회와 송년회를 한 번에 진행하는 기업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증권사 직원은 “작년 같으면 송년회 이야기가 나올 시기인데 회사 실적이 나쁘다 보니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기도 성남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수고한 직원들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은데 회사 사정이 어려워 간단한 점심 한끼로 끝냈다. 내년에는 직원들과 좀더 좋은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한때 송년회 특수를 누리던 이들도 울상이다. 음식점과 주점 주인들 중에 작년 동기대비 점심, 저녁 예약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한 대리운전 종사자는 “예년 같으면 가장 바쁠 시즌인데 올해는 지난 달과 별반 차이가 없다”며 아쉬워했다. 
매년 시대의 요구에 맞춰 달라지고 있는 우리의 송년 문화. 비록 그 모습은 변해도 한해 동안 함께 수고한 이들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서로를 격려해주며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의 본질만큼은 유지되길 바라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 아닐까.
강민수 차장대우 mska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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